[천자칼럼] 中 리오프닝, 먼 산만 볼건가

입력 2023-02-14 17:53   수정 2023-02-15 22:35

중국 개방·개혁 정책을 이끈 덩사오핑은 텐안먼 사태로 개혁 노선이 흔들리자 1992년 우한 선전 상하이 등을 도는 남순강화(南巡講話)에 나선다. 그는 선전시에서 홍콩을 바라보며 "동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니 눈에 봄이 가득하다"고 시를 읊었다. 이어 "개혁·개방이 아니면 중국 인민들에게는 오직 죽음으로 가는 길 뿐"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개혁개방 40여년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중국이 코로나 사태 이후 3년간의 빗장을 걷고 리오프닝(reopening)에 나섰다. 당초 예상을 깨는 과감한 방역완화 조치와 경제활동 재개에 전 세계가 놀랐다. 여러 설명이 있으나 제조와 첨단기술, 국방 등 각 분야에서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더 이상 코로나 때문에 몸을 사리고 있을 수 없다고 위기감의 발로라는 설명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 리오프닝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우선 방역조치 완화로 중국인들의 보복 소비와 보복 관광에 봇물이 터질 것이라는 기대다. 5000억달러(약 631조원)의 추가 수요로 세계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블룸버그통신)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폭스바겐과 애플 화이자 등 주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연초 경쟁적으로 중국을 방문하거나, 방문 일정을 잡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에서도 “리오프닝 효과가 시차를 두고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추경호 부총리)이라는 기대가 많다. 증시에서는 카지노·면세·화장품 등 중국 관련주 중심으로 ‘로리콘’(로봇·리오프닝·콘텐츠)이라는 테마군이 형성된 지 꽤 됐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중국이 심각한 공공부채와 부동산 거품 문제 등으로 과거처럼 과감하게 재정을 동원하기 어렵고 기업 부실도 제법 심각하다는 것이다. 섣부른 리오프닝이 오히려 세계 에너지 가격을 들쑤셔 인플레이션 압력만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다. 거래처 다변화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중국을 빼고 ‘수출 한국’의 미래를 논하기 힘들다. 중국 리오프닝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중국 정부와 소비자들은 아직도 한국 제품을 노골적으로 박대한다. 불매 운동을 정치적 보복 수단으로도 활용한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자신감을 잃었다. 한국 주요 기업인의 중국 출장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한·미·일-북·중·러 간 지정학적 대결 구도도 부담스럽다. 중국 시장은 이대로 멀어질 것인가. 대중 무역수지 적자 행진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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